옷을 *잘 입는다*하나 만으로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션업체 대표)가 되기까지의 우여 곡절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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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출신 패션디자이너 최범석(가운데)

지금은 디자이너지만 19살 때 장사꾼으로 옷과 첫인사를 했다. 그때 난 잘하는 게 없었다. ...... 단 하나, 남들보다 옷을 잘 입었다. 옷장사를 하기로 결심한 건 당연한 순서였다.  ...... 건물주인에게 부탁을 하고 벽을 빌려 노점을 시작하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기대를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두 달도 못 버티고 실패했다. 난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아무도 내 스타일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

곧 두 번째 장사를 시작했다. 부산까지 밀려내려갔다. 역시 노점상이었다.  ...... 돈이 모이자마자 가게를 얻었다. 처음에는 서울에는 입성하지 못하고 의정부에서 시작했다.

......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는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옷 만드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원단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무작정 들어가서 몸으로 부딪혔다. ......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누가 조금만 날 가르쳐 줬다면,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별수 없었다. 나는 혼자 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서야 옷 만드는 노하우를 익혔고 내가 만든 옷을 팔 수 있었다.

......

그렇게 동대문 입성 2년 차가 되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 옷은 마구 쏟아져 나가 전국의 가게에 걸렸다. ...... 그렇게 나의 20대 중반은 동대문의 하얀 새벽과 함께 지나갔다.

......

우연히 2003년 봄 파리 컬렉션을 보러 갔다. ...... 가슴에서 뜨겁고 씁쓸한 기운이 올라왔다. 나도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살기 위한 수단으로 옷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내 안에 있는 걸 옷이라는 도구로 끄집어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동대문 출신이라 디자이너 단체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첫 쇼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해서 컬렉션에 참석했다. ...... 지금 솔직하게 바로 잡고 싶다. 나는 대학도 안 나왔고 패션 디자인은 배운적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 줄은 안다.

그때가 내 인생에 딱 한 번의 패션 쇼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컬렉션을 한 것인데 운이 좋았는지 아직도 컬렉션을 한다. 올해 8번째 컬렉션을 기획 중이다. 컬렉션에 참가하면서 내 몸 전부를 던져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 ...... 아마 앞으로도 옷을 팔 것 같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옷을 한 벌씩 가질 때까지….

- 최범석(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 파리 백화점에 입점하다


비록 기업 PR과 성공담을 좋아하는 언론의 합작품으로 보이지만, 게임이 *좋아서* (혹은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게임을 개발하게 된 저(를 비롯한 다른 무수한 나의 동료 개발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이 사람의 이야기를 게임 업계로 바꾼다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요?
  • 아마추어 개발
    •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골방에서 개발을 시작했지만, 하지만 두 달도 안되어서 실패했다.
    • "아무도 내 스타일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 외주 및 창업
    • 이를 악물고, 외주를 해서 돈을 모은 후, 가산 디지털 단지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렸다.
    • "그저 돈을 모으는 것이 최선이었다."
  • 첫 게임 출시와 패배
    • 우리도 대박 한 번 내보자!라는 생각에, 직원들을 달래가며 많은 시행 착오 끝에 게임을 만들었지만, 첫 게임은 실패했고, 빚을 지고, 간신히 회사만 유지할 수 있었다.
    • "테헤란 로는 선수들의 바닥이었다."
  • 회사의 성장
    • 몇년 동안, 시류에 편승한 게임들이나, 다른 (일본) 게임을 적당히 베낀 게임들을 메이저 포털에 올려서 돈도 제법 만졌다.
    • "그렇게 나의 20대 중반은 테헤란의 하얀 새벽과 함께 지나갔다."
  • 독자적인 게임 개발 시작
    • 우연히 GDC에 참석했다. 가슴에서 뜨겁고 씁쓸한 기운이 올라왔다.
    • "나도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시험하고 싶었다."
  • GStar에 참석
    • 중소 개발사라고 문전박대를 당하자, 외국 유명 개발사에서 일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GStar에 참석한다.
    • "그때가 내 인생에 딱 한 번 있는 게임 쇼라고 생각했었다."
  • 그리고 개발은 계속된다
    •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 것 같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게임을 한 번씩 해볼 때까지….


그나저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왜 (게임) 개발을 하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왜 아직도 그걸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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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프로젝트 관리 서적들은 다들 잘 아실테니, 게임 제작(Game Production)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서적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The Game Producer's Handbook (Dan Irish,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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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책들 중에서 최고입니다. 게임 제작 전분야를 체계적으로 잘 다루고 있습니다. (참고로 Gamasutra에서 별 5개를 받았습니다.)



2. 게임 제작 최전선 (Erik Bethk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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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표지가 정말 안습...ㅜ.



순진한 초짜의 쌈지돈을 우려는 듯한 유치한 표지와는 달리 내용은 알짜입니다. 표지가 망쳐논 책들 중 아까운 하나입니다. (마치 슈왈제네거의 우람한 체격에 천진난감한 어린애의 얼굴을 붙여놓은 격이랄까요...OTL)

한글로 된 책으로는 유일합니다. 원서는 Game Development and Production로 200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3. Game Production Handbook (Heather Chandler,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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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저자가 해외 게임 비즈니스 가이드(중 3장)과 The Game Localization Handbook의 저자인지라 약간 기대해봅니다. (누구 읽어보신 분 답글 좀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위 원서들의 번역/출간 소식이 들리면 답글 좀 달아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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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소요 시간을 추정하는 공식으로, 게임 프로듀서 핸드북(The Game Producer's Handbook)에서 발췌했습니다.

업무에 필요해서 번역한 김에 올려둡니다.

업무의 소요 시간 = ( B + 3W + 2ML ) / 6
6번의 시도 중, 한 번 정도는 예상보다 약간 빨리 완료된다. 그리고 세 번은 예상보다 아주 늦게, 두 번은 예상에 매우 근접하게 완료된다.

이것을 적용하며 다음과 같다;

[ 5 + (3*12) + (2* 6) ] / 6 = 8.3일
  • 최선의 경우(Best): 05일
  • 최악의 경우(Worst): 12일
  • 대게의 경우(Most Likely): 06일

6으로 나누는 이유는, 가중 평균을 사용할 경우 각각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는, 임계 경로(the critical path)에서 끝나기 때문에, 일정에 매우 중요한 경향을 미친다.

한편, 아주 가끔 일이 잘 처리되어서, 최선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만약 일정 산출에 보다 복잡한 인수와 변수들을 사용한다면, 일정 산출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그 자체로 고통이 된다. 또한 그 덕분에 프로젝트의 진행 파악을 게을리 하게 된다면, 때에 따라서는 안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GDC 2007에서 Duane Webb(Bioware의 제작 이사)가 강연했던 Predicting the Future - Effective Project Scheduling Tools and Techniques에도 많은 기법들이 나오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번역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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